
여수서 20년 인연 배신 여성 흉기 살해한 남성 징역 35년 확정
여수에서 20년 가까이 친분을 이어온 70대 여성 B 씨를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60대 남성 A 씨에게 징역 35년이 확정됐다. 광주고법 항소심은 최근 A 씨와 검사의 양형 부당 항소를 모두 기각하며 1심 판결을 유지했다.
A 씨(65)는 부모와 형제 없이 보육원을 전전하며 성장했고, 생계를 위해 구두닦이와 잔심부름 등을 하며 살아왔다. 젊은 시절에는 절도죄로 여러 차례 징역형을 살기도 했다. 출소 후에도 정착할 곳이 없어 선원으로 생활했지만, 일정한 주거 없이 숙박업소를 전전해야 했다.
이후 A 씨는 우연히 여수에서 B 씨가 운영하던 숙박업소를 찾게 됐다. 친분을 쌓은 A 씨는 여수에 배가 정박할 때마다 B 씨의 업소를 이용했고, B 씨가 숙박업을 접은 이후에도 인연은 이어졌다. B 씨는 “여수에 오면 다른 곳에서 숙박하지 말고 우리 집에 와서 자라”고 A 씨에게 권했고, A 씨는 수차례 B 씨의 집에서 머물렀다.
B 씨는 A 씨에게 자신의 방을 내어주고 본인은 작은 방에서 지내며 식사를 챙기는 등 세심하게 돌봤다. 20년간 이어진 관계 속에서 B 씨 남편은 A 씨와 형님·동생처럼 지냈고, 자녀들도 A 씨를 ‘아저씨’라 부르며 친밀감을 표시했다. A 씨에게 이들은 사실상 새 가족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사건은 지난해 10월 발생했다. A 씨는 지병 악화로 예정된 승선 기간을 채우지 못했고, 미리 받은 임금을 반환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수중에 남은 돈은 약 100만 원에 불과했고, 숙소조차 구할 수 없는 상태였다. 이때 A 씨는 과거 B 씨 집 서랍에서 본 현금을 떠올리고 훔치기로 마음먹었다.
같은 해 11월 3일 오후 11시경, A 씨는 B 씨의 집 대문을 몰래 열고 방 안으로 들어갔다. 잦은 방문으로 집 구조를 알고 있던 그는 서랍에 접근했으나 B 씨와 마주쳤고, 잠에서 깬 B 씨가 소리치자 A 씨는 부엌에서 흉기를 가져와 B 씨를 찌른 뒤 달아났다. B 씨는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결국 사망했다.
범행 직후 A 씨는 입고 있던 옷을 숨기고 버스를 타고 다른 지역으로 도주했으며, B 씨 가족과의 통화에서도 알리바이를 조작했다. 그러나 경찰은 이튿날 부산이 아닌 다른 지역에서 A 씨를 긴급 체포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자신을 위해 방을 내어주고 정성껏 챙겨준 피해자를 단 10만 원을 위해 잔혹하게 살해했다”며 “범행 수단과 방법, 피해자와의 관계, 배신성 등을 고려할 때 죄질이 극도로 나쁘다”고 판결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또한 “범인의 정체를 알았을 때 유족이 느꼈을 배신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라며, 범행의 비난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덧붙였다.